그건 히아신스 G. 설리번이 여섯 살 때의 일이었다.

 

봄이 와 볕이 정말 따뜻해졌으며 꽃이 온 마을을 뒤덮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나비또한 꽃 주위를 날아다녔으며, 새 봄을 맞이하여 꿀을 모으러 다니는 벌 또한 위잉거리며 날아다녔지. 

 

그리고 히아신스의 동생을 가진 미세스 설리번은 출산을 위해 잠시 성뭉고 병원으로 떠났다. 미스터 설리번도 같이 성 뭉고 병원으로 떠났는데, 히아신스 설리번은 그 동안 약 3마일 정도 떨어진 미시즈 소머셋 (미세스 설리번의 어머니의 친구였다.)의 집에 가 머물기로 했다. 

 

순간이동 마법으로 도착한 미시즈 소머셋의 집 정원 곳곳엔 목련이 흐드러지게 펴있었고, 늘 온화한 기운이 감도는 한 가족이 살만한 크기의 집엔 미스 소머셋과 늙은 고양이 니스가 살고 있었다. 그녀에 대한 히아신스의 첫 인상이 아주 좋았다는 것은 두말할것도 없었다. 

 

미스터 설리번의 얌전히 있으라는 당부 (물론 괜한 걱정이었다. 히아신스 G. 설리번은 아주 예의 발랐고, 얌전했으며 어른의 말은 아주 잘 듣는 아이였으니 말이다. 미시즈 소머셋과 히아신스는 매우 빠르게 친해졌다.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진 소머셋 부인은 그 날 저녁으로는 으깬 감자와 햄으로 만든 콜 캐논과 애플 크럼블을 만들어주었고, 그리고 아주 정성들여서 만든 사과 아이스크림과, 무려 태피 한 병 (아주 묵직했던걸로 봐서 40개 정도 들은 것 같았다.)을 선물받았다. 

 

하루만 지내고 같이 다시 돌아가자는 미스터 설리번의 갑작스러운 연락이 오기 전 까지는 매우 행복했었고.

 

듣자하니, 출산 예정일을 넘겼음에도 저의 동생은 저의 어머니의 뱃 속이 무엇이 그리 좋은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간간히 진통은 오지만... 한 일주일정도는 병원에서 머물러봐야 알겠다는 설리번씨의 말도 들려왔다.

 

그렇게, 우연찮게 히아신스 G. 설리번은 약 일주일정도 더 미시즈 소머셋의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히아신스가 소머셋 부인의 집에 머무른지 삼일 째 되던 낮이었다. 

 

소머셋 부인은 난로 앞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었고, 히아신스는 그 앞에 배를 깔고 누워 있었지.      소머셋 부인은 이제 늙어서 만져도 가만히 있는 니스와 놀고있는 히아신스에게 넌지시 물었다.

 

히아, 내 작은 꽃. 곧 동생이 생길 텐데, 질투가 나진 않겠니?

 

" 왜 제가 질투해야해요? "

 

고개만 들어 답한 뒤, 다시 열심히 니스의 털을 손질하고 있던 히아신스는 다음 물음에 결국 고개를 온전히 들 수밖에 없었다.

 

이제 네 어머니와 아버지가 동생에게 온 신경을 쏟을거란다.

 

"하지만 갓난아이는 쉽게 아프니까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했어요. 저도 설리번이니까 동생을 잘 돌보기로 했고요."

 

히아신스는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딱히 부모님이 저한테 신경 안 써도 괜찮아요. 전 알아서 잘하니까요."

 

딱 그 나잇대 소년 소녀들의 객기와도 같은 말이었으나, 그는 히아신스 G. 설리번이었으므로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는 저와 동년배인 아이들과는 다르게 정말로 알아서 잘하는 아이였으니까 말이다. 그는 세 살 때부터 혼자 잘 수 있었고, 다섯 살 때는 혼자서 미스 마곳의 예절교실에 혼자서 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다섯 살짜리의 아이를 혼자 예절교실에 보낼 수 없었기에 항상 부모님 중 한 분은 동행했다.) 또한 미안하다고 히아신스를 끌어안고 엉엉 울고있는 부모님들을 마주 끌어안고, 괜찮아요. 두 분은 잘하고 있어요. 라고 토닥일 수 있는 여섯살 짜리는 없을테니까.

 

소머셋 부인은 소녀처럼 꺄르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를 마시던 부인은 찻잔 바닥에 남은 찻잎으로 점을 쳤고, 히아신스는 여전히 니스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히아신스. 

 

삼하인엔 늘 주위를 잘 살피렴. " 

 

 

미세스 설리번이 성뭉고 병원에서 막 퇴원했다는 기별에, 소머셋 부인이 그를 멜 마운트 로드로 데려다주며 건넨 말이었다.아무것도 모른 채 히아신스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물음은 필요 없었다. 그는 늘 주위를 경계했고,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이었다.) 특히 삼하인에는 귀신이 나온다고 하여 그가 기억이 있을 때부터 멜 마운트 로드를 벗어난 바깥으로는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머셋 부인은 곧 돌아올 미세스 설리번과 미스터 설리번을 조금 기다린 후 그들의 뺨에 비쥬를 남기며 인사했고, 아주 짧은 티타임을 가진 후 곧바로 순간이동으로 사라졌다.

 

미세즈 설리번과 미스터 설리번이 돌아왔을 때, 그들의 품 안에는 작고 말랑이며, 따뜻하고 우유냄새가 남과 동시에 아주 통통했으며, 하루종일 자며 -물론 밤낮을 가리지 않고 깨곤 했다.- 다양한 표정을 짓곤 하는 갓난아이가 있었다. 미세스 설리번은 그에게 동생의 이름을 지을 기회를 주었다. 그렇게 갓난 아이는 매그놀리아라는 이름이 생겼고, 곧 매그라고 불리게 되었다.

 

매그는 아주 느리게 자랐고, 아주 빠르게 자랐다. 낮에보면 언제클까 싶은 여전히 귀여운 갓난아이였고, 밤에 보면 마디마디가 하루가 다르게 커져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히아신스는 저의 동생을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찼다. 내 동생. 나의 매그놀리아. 그 이름은 제가 지었기 때문에 더 큰 애착이라도 생긴걸까. 히아신스는 굳이 감정을 정의하지 않았다. 저의 동생은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러웠으며, 볼때마다 키스를 열번은 해주어도 모자랐기 때문이었다. ( 어렸을 때 뽀뽀를 하면 충치가 생긴다고 해서, 늘 손에 키스했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매그놀리아는 갓난아이치고는 놀라울정도로 얌전한 아이었다. 눈을 뜨고 가족들과 눈을 마주칠때면 방긋방긋 잘도 웃었고, 코에, 입에 손을 톡 가져다댈때면 마치 꽃이 피어나듯 꺄르륵 웃었다. 필요할 때 빼고는 잘 울지도 않았으며, 한번 잠 들면 으레 갓난아이들이 그러하듯 자주 깨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중엔 자신의 형제가 태어나면 부모의 사랑을 빼았긴 것 같아 질투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 하지만 적어도 히아신스는 아니었다. 사랑해주어도 모자랄 시간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삼하인이 되었을 때, 매그는 혼자서 앉을 수 있게 되었다. 히아신스는 처음으로 집 밖 을 나서지 않고 동생의 옆에 있겠노라 선언했다. 기껏 아이의 코스튬 -그냥 하얀 천을 눈코입만 뚫어놓은 것- 을 준비했지만 나가지 않겠다는 자식의 말에 실망했지만, 그렇다면 대신 멀빈로드에 있는 친구의 집에서 호박을 더 얻어와 잭오랜턴을 만들어주겠다며 부모님은 집을 나섰다. 

 

부모님이 집을 나섰고, 매그놀리아를 흔들침대에 눕혀놓고 히아신스 본인은 잠에 빠져들었을 때 일은 일어났다.

 

 

 


 

잠에서 깬 매그놀리아는 아기침대를 날아 올라 벗어났고, 집 안까지 들어와 팔랑이는 나비를 쫓아 열어놓은 창문 바깥으로 나갔다.

 

그 후의 일은 당신의 예상대로다. 

 

동생은 이미 창문밖으로 나갔고, 이 방은 2층이었으며, 아직 6살인 히아신스의 팔다리는 짧아서 매그에게 닿지 않았다.  동생을 붙잡기 위해 ,

 

눈을 

 

깜빡.

 

그 후의 일은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났다. 

 

히아신스는 동생을 안은채로, 정원에 가볍게 착지했다. 그 조차 일어난 후 한참에서야 깨달은, 첫 마법이었다.

 

정원에 매그를 꾹 안고 누워, 호박을 가지더 간다더니 호박을 따러 간 부모님을 기다리며 히아신스 가브리엘 설리번은 생각했다.

 

내 동생. 

내가 꼭 널 지켜줄게. 

 

저의 갓난아기 동생은 아무것도 모른채 웃기만 했다. 나무에 긁힌 다리가 따끔했다. 너무 놀랐는지 심장은 여전히 쿵쾅거렸다.

 

히아신스 G. 설리번은 저의 품에 안긴 이 온기가 영원할거라 믿었다.

 

그가 여섯살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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