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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방 과제

사새 2020. 8. 5. 16:07

과제가 몰아친다. 

히아신스 가브리엘 설리번은 도서관 구석진 자리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생각했다. 공부가 죽을 만큼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꽤 흥미가 있는 과목도 몇 가지 있었다. 하지만 말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과목이라도 과제가 미친 듯이 몰아친다면.... 그 누구라도 괴롭지 않겠는가? 
그는 진도가 나가지 않는 양피지 구석에 작게 낙서를 했다가 지웠다. 어차피 새로 쓸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과제를 하기 위해 썼다가 버린 양피지가 한무더기였다.
몇번을 고쳐쓰고 있는지, 원. 책을 한 무더기씩 들고오는것도 좀 지쳤다. 도서관에서 기숙사까지 책을 들고오는것도 말이지. 그래서 지금은 도서관에서 다 써버리자고 생각중이지만. ...다른 과제는 뭐... 포기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DA를 마무리 하는걸로도 좀 벅찼다. 물론 매그놀리아의 모범-물론 동생에게 성적표에 대해 말 하지 않으면 끝이지만- 이 되려면 열심히 해야하는것도 알지만, 고작 4학년 성적 한번 말아먹는거야... 누가 신경쓰겠어. 매그놀리아가 호그와트에 입학하더라도 나와는 고작 1년정도 같이 다니는것이니, 후에 성적표를 들킨다고 해도 괜찮을거다. 4학년 성적표는 아예 들고가지 않을 생각이거든. 집에. 부모님이야 무슨 의미인지 다 아시고 별 다른걸 묻진 않으실거고. 기숙사 안 구석진곳에 숨겨놓고 잊어버리지만 않는다면... 졸업할때 쯤 들고가서 태워버리거나... 비밀 상자에 넣어두지 뭐. 


새 양피지를 꺼내기 위해 책상을 뒤지며 그는 작게 혀를 찼다. 
교수님. 제가 교수님 과제만 하는 것도 아니고, ... 과제를 내주는 건 상관이 없는데 제발 다른 교수님들도 과제를 내주신다는 걸 인지하고 주시면 안 될까요? 아니, 교수님도 호그와트 학생이셨지 않습니까. 물론 교수님 과제는 제대로 낼 거지만요. 그래도 다른 과목 배려도 좀 해주셔야하지 않나요? 혹시 교수님들끼리 싸우셨습니까? 아니면 학생들한테 무슨 억하심정이라도... ...동시에 낼거면 좀 양이라도 줄여주시던가요. 양피지가 1m 가 넘지만 않았으면 좋겠군요. 닿지 않을 의미 없는 투덜거림이었다. 그나마 제일 마음에 드는 - 쉽다는 소리는 아니다. 흥미가 있고 교수가 마음에 들 뿐.- 과목 먼저 해치워버릴 셈이었다. 

그는 새 양피지를 얌전히 꺼내 전부터 쓰던 과제를 옮겨 적었다.

 




'용서 못 할 주문 세 가지에 대하여'

용서못 할 주문 세 가지란 무엇인가?
첫 번째로 임페리우스 주문 (임페리오) 두 번째로 크루시아투스 주문 (크루시오) 세 번째로 아바타 케다브라 주문이 있으며, 이 세 가지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써보려고 한다, 
먼저 임페리우스 주문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임페리우스 주문이란 대상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하는 저주이다. All about Unforgivable Curses 를 바탕으로 하여 임페리우스 저주의 개념에 대해 정리하자면, 이 저주에 당했을 때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편안하고 안락한 기분이 되어 임페리우스 저주를 건 자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게 된다고 한다. 저주를 거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강력해야 제대로 사람을 조종할 수 있으며, 임페리우스 저주에 미숙한 자가 이 저주를 사용한다면 저주받은 자의 정신이 위험해진다. 또한, 명령에 거부하거나 저주에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다. 과거의 기록에 따르면 임페리우스 저주에 끝까지 저항하다 영구적인 정신장애를 얻었으며, 회복된 사례는 (중략) 또 임페리우스 주문에 걸린 자는 마법 부의 정책에 의하면 처벌받지 않는다. 이는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린 자를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고,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임페리우스 저주는 필자가 생각하기에, 당장 우리의 눈이 닿지 못하는 곳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주문이다. 물론 술자의 실력이 뛰어나야 쓸 수 있는 주문이라는 것과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주문이기에 쉽게 사용될 수 없는 주문이라는 것은 자명하나, 약간의 가능성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임페리우스 저조 주문에 걸린 사람은 술자의 꼭두각시가 되기 때문에 들킬 가능성도 적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다른 사람을 꼭두각시로 부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물론 생각만 하는 것이지 정말로 사람을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린다고 마음먹거나, 실행까지 옮기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이 주문이 존재함으로 인해 몇몇 마법사들에게는 강력한 제제 속에서도 이 저주주문을 스스럼없이 사용하여 다른 이들을 꼭두각시로 만들어 버릴 생각을 한다. 그 반증으로 과거 마법 사회가 혼란할 적엔 이 임페리우스 저주가 흔히 사용되었다. 마법 사회가 지금처럼 안정된 후엔 사용 사례 적발이 거의 없어졌는데, 앞으로도 사용이 아예 안 될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것이 좋을것이다. 아무래도 현재의 마법부는 조금 불안한 점이 있으며, … 


(중략) 


두 번째로는 크루시아투스 주문이 있다. 크루시아투스 주문은 대표적인 고문저주다. 상대방에게 죽지 않는 선에서 아주 끔찍한 고통을 선사하기 때문에, 고문용으로 매우 적절하다고 여겨지며, 크루시아투스 저주에 걸린 이는 몸이 불타는듯한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매우 장시간 받거나, 중첩 받게 되면 결국 미쳐버리거나 사망에 이르게 된 실제 사례가  존재한다. 이 주문의 사용은 역사 속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보통 전쟁 중 포로에게서 상대방 측의 정보를 빼내기 위해 자주 쓰였는데, 아주 효과적임이 입증되었다.
크루시아투스 주문은 오직 고문을 위한 주문이다.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주문은 크루시아투스 주문이 유일할 것이다. 전란을 지나온 필자의 친족한테도 이 세 가지의 저주는 사회적으로 도의시되고 금기시되는 저주라는 교육을 받았었는데, 정말로 끔찍하기 그지 없는 일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중략)

 

세 번째로는 살인저주다.
대상의 심장을 정지시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저주이다. 이 저주는 모든 마법사의 두려움의 대상일 것이다. 이 저주를 제대로 맞고 살아남은 마법사는 없다. 사용 시 초록색 불빛이 번쩍인다고 하며, 굉음이 동반된다고 한다. 방어할 수 있는 주문조차 없어 어떠한 보호주문으로도 이 살인주문을 막을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중략)
이 입에 담기도 힘든 살인주문은 용서받지 못 할 주문 세가지 중에 가장 강력한 인상을 주고 있다. 필자 본인뿐만이 아니라 다른 마법사들도 그리 느끼고 있을 있을 것이다. 처음 이 주문에 대한 존재를 알았을 때 본인은 굉장한 두려움에 휩싸였었다. 아주 강력한 마법은 흔적을 남긴다고 하여 사용자를 잡아낼 가능성은 있지만, 이미 죽고 난 뒤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일상 속에서 늘 약간의 경계심과 조심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죽음은 뜻하지 않을 때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중략)


본인은 용서받지 못 할 세 저주에 대한 생각을 전개하며 이 저주들은 마법사 사회에 백해무익하며 교육의 목적 이상으로 사용되어서는 아니 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과거를 디딤돌로 삼아 용서받지 못 할 세 주문에 대한 사회적 제재를 강화하고 마법부 차원에서 다시는 사용 사례가 발견되지 않도록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해야 한다. 또한 마법부에서만 책임을 지지 않고 용서받지 못 할 세 저주에 대해서는 마법사회 구성원 전체가 같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사회를 구성하고 있으며, ...(중략)

 



히아신스는 적당한 선에서 과제를 마무리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참고한 도서들을 정리하며 작성한 과제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솔직히 말해서, 용서 못 할 주문 세 가지라는 건 애초에 알려지면 안 되는 주문이었다. 도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이 주문을 만들었고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악랄한 사람일 것이다. 확실히 ‘저주 주문’이라고 불릴 만 한 게, 하나같이 극렬한 악의가 들어찬 주문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히아신스 가브리엘 설리번은 살짝 닭살이 올라온 팔을 문질렀다. 

사용사례가 발견되지 않도록 이라. 눈 가리고 아웅이라도 하라는 소리인가. 자신이 적은 문장임에도 속으로 딴죽을 걸며 일어섰다.

 

이 세 주문은 애초에 세상에 알려졌으면 안 됐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주문은 세상에 알려졌고 세상이 망하지 않는 이상은… 언제나 경계하며 살아야겠지.

 

그러고 보니, 요즘은 좀 이상했다. 우리에게 수고한다 말해주었던 아스트리드 교수님도 없고, 키스미 교수님도... ...세상이 망한다느니 하는 이상한 소문도 돌고 있고. 언제까지나 뜬소문에 불과하겠지만 말이다. 

 

히아신스는 짐을 정리하다 말고 검지손가락으로 툭툭, 책상을 쳤다. 기분이 영 찝찝했다. 영... 

그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양피지를 마저 말았다. 빌렸던 책들은 이미 반납했고, 보고 있던 책은... 원래는 사서 선생님께 가져다 드렸어야 했지만, 밤도 늦었고 하니 그냥 책이 꽃혀있던 자리를 찾아서 넣었다. 깃털펜은 필통에 넣었고.

히아신스는 짐을 다 정리한 후 일어서 의자를 밀어넣고 도서관을 나섰다.

 

그 사이에 밤이 되어버려 복도는 어두웠고, 노란빛의 전등만이 은은하게 복도를 비추었다. 
아무래도 오늘 하루는 계속 기분이 꿉꿉할 것 같았다.

 


 

공미포 3,370 / 2컷